출처 : 블로터닷넷
‘오버클로킹’은 한마디로 PC CPU 클록 주파수를 임의로 높이는 행위다. 클록 주파수를 높이면 그만큼 명령어를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러니 PC 성능도 좋아진다. 가격 대비 효율이 올라가는 셈이다. PC 구조를 조금만 아는 이용자라면 한두 번쯤 시도해봤던 일이다.
허나 오버클로킹이 마냥 좋을까. 당연히 위험도 따른다. 요즘엔 예전처럼 오버클로킹을 감행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만큼 지금 출시되는 PC 성능이 대체로 좋아졌다는 얘기다. 출고된 CPU 클록 속도를 건드리지 않아도 웬만한 작업을 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그래도 오버클로킹을 즐기려는 이용자는 여전히 있다. 이를테면 취미 같은 일이다. 마치 자동차를 튜닝하듯이.
그렇다면 오버클로킹은 약일까, 독일까. 인텔코리아 기술부 이원희 부장에게 이용자 눈높이에 맞는 오버클로킹 강좌를 들었다.
PC엔 CPU와 메모리 컨트롤러 허브(MCH, 노스브릿지), 입출력 컨트롤러 허브(ICH, 사우스브릿지) 그리고 클록칩이 들어 있다. ICH엔 DDR 허브가 붙어 있다. 클록칩은 PC에 필요한 클록을 만들어 뿌려주는 기능을 한다. 클록은 1과 0에서 계속 변하는 주기적 신호다. CPU가 2.14GHz라거나 DDR 메모리 뒤에 붙은 ‘1066′ 같은 숫자는 모두 클록 속도를 가리킨다. 클록 속도가 1MHz라고 하면 1초에 100만번 클록 신호를 잡아낸다는 뜻이다. 이처럼 주파수 신호를 잡아내는 속도를 높이면 그만큼 같은 시간 동안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PC 성능이 올라가는 것이다.
오버클로킹은 이렇게 클록 속도를 출하 시점에 설정된 값보다 높이는 조작법이다. 오버클로킹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 ‘CPU 프리퀀시’를 높이는 방법이다. 클록 속도는 클록에서 CPU나 MCH, ICH로 나가는 신호를 잡아내는 주기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클록에서 한 번에 200MHz를 CPU로 보낸다고 할 때, 이를 4번 잡아내면 200MHz×4=800MHz가 된다. 이렇게 한 번에 잡아내는 데이터 주기를 CPU 프리퀀시라고 한다. ‘CPU로 들어가는 클록×정수(χ)’가 클록 속도가 되는 셈이다. 예컨대 2.2GHz는 ‘200MHz×11′이다.
이 CPU 프리퀀시를 조작하면 CPU 클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인텔의 경우 초기엔 이 정수값을 막아놓지 않았다. 바이오스에서 임의로 프로그래밍하게 풀어둔 게다. 그러니 판매업체나 이용자가 임의로 정수값을 바꿔 클록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출하 시점에선 2.2GHz(200MHz×11)였던 클록 속도를 정수값을 ‘12′로 바꿔 2.4GHz로 올리는 식이다. 이게 전통적 오버클로킹 방식이다.
이 경우 CPU 프리퀀시는 좋아지지만, 발열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자칫하면 CPU가 손상될 수도 있었다. CPU마다 일정 온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정해진 설정이 있는데, 이를 넘어서면 CPU가 멈추거나 심할 경우 타버리기도 했다. 못쓰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 CPU 프리퀀시를 높이는 오버클로킹을 할 땐, 발열을 해결하는 보조 장치를 다는 경우가 잦았다. 수냉식 쿨러를 달거나 값비싼 냉각 기구를 쓰는 식이다.
부작용이 생기자 인텔은 정수값을 임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바꿨다. 그러자 새로운 오버클로킹 기술이 등장했다.
CPU 프리퀀시를 조작하는 방법이 하드웨어(HW)를 직접 건드리는 방식이라면, 두 번째 방법은 클록칩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위험도 덜하다.
이는 한 번에 CPU로 나가는 클록 속도를 임의로 바꾸는 방법이다. 한 번에 200MHz가 CPU로 나가도록 설정돼 있는데, 이 값을 233MHz로 임의로 올리는 식이다. 예컨대 2.2GHz((200MHz×11)였던 CPU 속도를 233MHz×11=2.5GHz로 높이는 방법으로 제한적이나마 성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 역시 바이오스에서 값을 조정할 수 있다. 허나 모든 PC에서 이처럼 오버클로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클록 속도를 높이는 메뉴를 제공하는 보드를 사용할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
두 번째 오버클로킹 방식은 시스템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클록은 0과 1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변하는 신호라고 앞서 말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클록 신호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데이터 신호를 잡아내는데, 그러려면 신호를 잡기까지 대기 시간(셋업타임)과 신호를 잡아낸 뒤 데이터를 유지하는 시간(홀드타임)이 필요하다. 헌데 클록 속도를 200MHz에서 233MHz로 임의로 올리면, 셋업타임과 홀드타임이 짧아진다. 데이터를 잡아내는 데 있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시스템이 죽거나 불안정해지는 일이 잦아진다.
이 방식은 정해진 셋업타임과 홀드타임 한계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작하면 문제가 없다. 하드웨어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기 때문에 CPU에 물리적 손상이 가해질 일도 없다. 내공 있는 이용자들은 여러 차례 클록 속도를 바꿔가며 최대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적정값을 찾아낸다. 진정한 ‘용자’들이다.
오버클로킹은 이처럼 HW 방식과 SW 방식으로 나뉜다. 일부 인텔 CPU들은 아직도 HW 방식으로 정수값을 임의로 높이도록 풀어주고 있다. 인텔 코어 i7 980X, 코어 i7 875K, 인텔 코어 i5 665K가 그렇다. 코어 i7 980X는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익스트림 에디션’이다. 코어 i7 875K와 i5 665K는 20~30만원대에 배수 제한이 풀린 제품으로, 올해 여름 출시될 때부터 오버클로킹 애호가들 눈길을 끌었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을 겨냥해 내놓았다.
꼭 PC 성능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닌, 취미삼아 오버클로킹을 하는 사람도 적잖다. 개인이나 동호회 단위로 정보를 교환하고 CPU를 튜닝하는 애호가들 얘기다. 올해 7월에는 인텔과 다나와가 공동으로 ‘다나와 오버클로킹 챌린지 2010′이란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인수 인텔코리아 이사는 “오버클로킹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줄어든 편이지만, 아직도 PC나 IT 기기에 대한 열정으로 오버클로킹을 즐기는 애호가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라며 “인텔이 코어 K시리즈에서 배수 조절이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취미를 즐기는 애호가들을 배려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텔 같은 CPU 업체들은 오버클로킹을 ‘공식’ 권유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인텔 코어 i5와 i7 시리즈는 ‘터보부스트’ 기술을 지원한다. 코어가 4개인 CPU라면 작업량이 많지 않을 땐 3개는 쉬는 대신, 하나의 코어에 클록 속도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물론 작업량이 늘어나면 다시 여러 개의 코어를 돌려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코어 한계치를 자동으로 조절해서 오버클로킹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인텔은 이를 ‘오버클로킹’이라 부르는 대신 ‘똑똑하게 성능을 조절해주는 방식’이라고 에둘러 설명한다.
이원희 부장은 “CPU 손상이나 시스템 불안정이란 위험을 감수하면서 오버클로킹을 하느니, 돈을 조금 더 투자해서 터보부스트처럼 인텔이 성능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신기술을 지원하는 CPU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