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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기사/애플

아이폰은 어떻게 사람을 끌어들이나?



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it/442516.html


 
» 아이폰
 매킨토시 컴퓨터가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은, 쓸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어서다. 왜 없었을까?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안 만든 것일까? 못 만든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이다.

 애플은 자신들이 IBM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만했다. 매킨토시는 고객들이 쉽고 편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TV나 세탁기처럼 플러그만 꽂으면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제품 콘셉트이었다. 버그 투성이의 MS-DOS 보다 사용하기 훨씬 쉬웠다. 애플은 컴퓨터 하드웨어는 물론 운용체제(OS)와 소프트웨어까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하는 수직 계열화한 폐쇄형 체제를 고집했다.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이 뚫고 들어갈 틈을 주지 못했다.

 못 만든 이유도 있었다. 애플은 사람들이 쓰기 쉬운 컴퓨터를 만들었지만,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에겐 고역이었다. 개발자들은 고도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춰야 매킨토시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었다. 개발자들은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개발자들이 괜찮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도 시장에서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이었다. 반면 개방정책을 편 IBM PC는 여러 회사가 생산해 부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었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뚝뚝 내렸다. 가격경쟁력에서 애플은 IBM에게 잽이 되지 않았다. 개발자들이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고, 만들어도 팔리지도 않다 보니 개발자들은 짐을 싸 MS의 윈도로 떠나버렸다.

 애플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 뒤 애플은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물론 애플은 통신회사와 제조회사에겐 폐쇄적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고객과 소프트웨어 회사, 콘텐츠 사업자들에겐 개방형 정책을 펴고 있다.

 개방정책으로 애플이 창조한 게 바로 생태계(Eco-System)다. 애플은 아이튠스, 아이팟, 아이폰, 앱스토어로 이어지는 새로운 웹 생태계 기반을 만들어 나갔다.

 그 중심에는 앱스토어(App Store)가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콘텐츠를 이곳 콘텐츠 백화점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터였다. 음악은 물론 영화, 뉴스 등 인터넷 세상의 모든 정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폰과 인터넷을 일체화했다.

 이 장터는 아이폰이 경쟁 휴대폰과 차별화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애플은 소비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 아이폰에 집어넣기 않았다. 그보다 개발자와 콘텐츠 사업자에 맡겨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콘텐츠를 싼값에 소비자에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콘텐츠를 개발하느라 노력한 개발자에겐 수익의 70%를 가져가도록 해 개발자 이익을 보호해 주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은 개발자들과 상생을 통해 이뤄진 작품인 셈이다.
 애플은 매킨토시 때와 달리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더 다양해졌다. 고객이 원하는 혁신, 아이디어,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객 역시 일단 애플의 생태계에 들어온 뒤 만족감을 느끼고 떠나지 않는다. 이른바 ‘애플빠’라고 불리는 열혈 팬들이 많은 이유는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터전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개방과 공유라는 이름의 앱스토어로 상생과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온라인 생태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생태계도 만들어 가고 있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구치와 같은 고급 브랜드에서 아이폰 전용 케이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BMW는 아이패드가 장착된 차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좌석 머리받침대 뒤에 장착된 아이패드는 무선인터넷도 즐길 수 있다. 스위스 자동차 디자인회사인 린스피드가 개발한 콘셉트카 ‘아이체인지(iChange)’는 운전대 대시보드 홀더에 아이폰을 끼운 뒤 화면에 나타나는 ‘그린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아이팟과 아이폰 전용 스피커도 나오고,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면서 아이팟을 즐길 수 있는 스키복과 보드복 재킷도 선보인다. 오프라인에서도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 회사들은 애플의 강점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게 된다. 애플이 다른 회사를 끌어들여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어서다.

 애플의 생태계 콘셉트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 시장은 레드 오션이었다. 여러 업체가 경쟁했고, 경쟁은 가격 인하를 낳았다. 컴퓨터 사업으로 돈을 벌기 힘들 때였다. 사람들은 컴퓨터 시대의 종말을 예견했다. 당시 미국 컴팩 컴퓨터 마이클 카펠라스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컴퓨터 시대는 끝났다”라고까지 단언했다.

 

 이때 잡스는 그의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는 ‘디지털허브 전략’을 공개했다. 잡스는 2001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에서 “컴퓨터는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맥은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아우르는 디지털 허브가 될 것입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란 사람들이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디지털 비디오, 휴대 전화와 같이 다양한 디지털 제품 속에서 삶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시대에서 컴퓨터가 디지털 허브, 즉 디지털 기기에 대한 중추 기능을 한다는 얘기다.

 물론 당시 잡스가 아이팟과 아이폰까지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 실제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하면서 애플이 소개한 제품은 고작 뮤직 플레이어인 아이튠스였다.

 하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기능보완을 거듭한 아이튠스는 생태계의 기초가 됐다. 애플의 모든 콘텐츠는 아이튠스를 거쳐 제공되며, 애플의 모든 기기는 아이튠스를 중심으로 연결됐다. 아이튠스가 바탕이 돼 아이팟이 나왔고, 뮤직스토어도 세상에 태어났다. 뮤직스토어는 바로 앱스토어의 형님뻘이 된 것이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아이팟은 디지털 허브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이름이다. 아이팟은 작은 비행선(Pod)이라는 뜻이다. 잡스의 의뢰로 새로운 MP3의 이름을 짓게 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비치 키에코프는 잡스의 디지털 허브를 놓고 고민하다, 이 이름을 짓게 됐다. 작은 비행선은 우주를 날라 다니지만 모선인 PC와 접속해 연료와 식량을 받아가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처음 잡스는 아이팟이란 이름을 후보군에서 탈락시켰으나, 마지막으로 잡스가 고른 이름은 바로 아이팟이었다.